조교 [助敎] 1. <교육>대학의 교수 밑에서 연구와 사무를 돕는 직위.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
-네이버 국어사전-


3분여가 지나면 일도 많았던 스승의 날이 지납니다.


학생회에서 꽃과 라스핀의 이름이 새겨진 수건을 주고 가려고 합니다.

"휴... 나 이거 안받는다. 뻔하게 아는데 받겠냐?"

그래도 끝끝내 주고 간다고 우겨서 하얀 칠판아래에 고이 세워 두었습니다.

점심식사하기 전, 몇가지 잡다한 사무와 어제 짜다만 실험계획서를 작성하고 있을 무렵 본1 과대표가 와서 와인(뭔지는 모르지만 비싸보이는 ㅡ,.ㅡ)을 주려고 합디다.

"안받는다. 난 선생이 아니야. 단지 조교일뿐이야."

"아~ 형. 이거 그래도 정성이예요. 그냥 놓고 갈께요."

"스승의 날이라고 선물비 모을때 학번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다 아는데(소위 찍히기 싫어서 또는 좋은게 좋은거니 잘봐달라는 의미로 선물하는 것) 너 같으면 받겠냐? 그냥 가져가라. 학생이 뭔 돈이 있다고..."

"아~ 그래도요"

도저히 말이 먹히지 않을 것 같아, 여기서 최후의 방법을 씁니다.

"나 정말 화낸다. 그거 놓고가면 너 실습점수 없을 줄 알아라"

".... 아잉~~형... 그래도요. (덩치는 산만한게 ㅋ)"

"휴... 그럼 받은걸로 할테니까 이번주에 MT겸 본초생태관찰실습갈때 내가 다시 너희들한테 주는 걸로 해서 너희 MT때 너희들이 그냥 먹는게 어때? 그게 낫겠다"

"그럼 받은거로 하는거예요?"

"휴... 그래"


택배로 오는 지도교수님의 선물과 그걸 확인하는 선배들의 전화는 그런대로 받을만 했습니다만........

 점심식사 후, 과사무실에서 동물실험의 스페셜리스트와 함께 식물실험을 비교하면서 생물소재연구소에 갈까 말까 고민하던 무렵이었습니다.

본1분들 두분이서 저에게 술을 마시게하려는 목적(?)으로 등장을 하여 말이 오고 갔지요.

라스핀은 본초담당 선생님을 돕는 역할이지 본초담당이 아니기에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즉, assistant일뿐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살고 있으므로 저에게는 상당히 무리가 가는 요청인셈입니다. 게다가 그 술자리를 가지는 목적이 바로 '수업을 제끼는' 데 있는걸 너무도 뻔하게 아는 터라 더더욱 피하게 되더군요.

재학 중에 개인적으로 선물을 드린 선생님은 딱 두 분입니다. 그것도 스승의 날이 아닌 다른 때에 문득 생각이 나서 조촐한 것을 마련하여 드렸지요. 라스핀에게 先生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답니다. 한때 몸담았던 모 종교의 경전에 '금전의 이득을 안겨주는 것도 좋지만 사람에게 信心을 일으켜 앞길을 열어주는 것이 더 큰 善이다'라고 한 것과, 大學 1장에 '큰 배움의 道는 밝은 德을 밝힘에 있으며 民을 새롭게 함에 있으며 지극한 善에 그침에 있음이라'고 한 것에 비추어서 이에 충실한 분을 '선생님'이라 여기고 모시는 것이죠.
 라스핀에게 선생님이란 제 인생의 모범이 되시는 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아직은(앞으로도) 라스핀 스스로 다른 이의 앞길을 열어줄만큼 또는 모범이 될만한 내공이 쌓였다고는 볼 수 없기에... 전 '선생'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직업적으로 '선생'이라 불릴 수는 있겠지만, 최소한 스승의 날만큼은.......
(평소에 누가 라스핀에게 선생이라는 호칭을 하면 스스로 '저건 내 직업-지식 전달 또는 한의사-적 호칭을 높여서 해주는 말일 뿐이야'라고 들으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립니다.)

 뭐 그리 까다롭게 구냐고 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라스핀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오늘 같은 날에는요.

 이번 년도도 역시 라스핀이 선물을 해드린 분은 (한 분 늘어나) 딱 네분입니다. 2월달 즈음에 한 분에게 정훈이와 함께 마련하여 드린 것과...... 오늘은 나머지 3개 중 주문한 물건이 도착한게 하나뿐이라 한분에게만 우선 드렸지만요. 물론 제 능력이 안되기에 울 동기 두 사람을 꼬드겨서 마련했습니다 ^^a

 라스핀이 재학생시절 주욱 생각해왔던 바는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꽃 한송이로 충분하고 그 다음에 앞서 말한 바와 같은 善이나 道를 행하는 분에게 개인적으로 준비하는게 낫겠다"였으므로 지금 행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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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4학점이나 되는 과목의 실습점수를 쥐고 있어서(?)인지 오늘과 같은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는 합니다. 그동안 선배로서 재학생시절을 돌이켜 초중요하지만 간과했던 부분 또는 앞으로 한의사로서 제역할을 하기위해 필요한 부분을 중점으로 전달해 주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네요.

 저 쓰잘데 없는 학점 매기는 일을 내 손에서 빨리 없애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안그런다 안그런다 하면서도 시간만 때우려고 하고 성의없이 생각없이 실습 실험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여 점수이야기를 꺼내버리고 말거든요.

 그래서 지난 며칠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그리고 다른 뭇 많은 사람의 충고대로.... 선배로서가 아닌 조교로서 지식을 전달해주고, 그 대상은 후배가 아닌 학생으로 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항시 '소수정예(생각을 가진 사람 위주)'를 지향하던 라스핀이었는데,  눈에 뭐가 씌였었는지 주제넘게 지도교수님을 따라해보려다가 가랑이가 찢어져버리기 직전까지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열정까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역시.... 소수정예 지향 ^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