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중의학과 한의학은 무엇이 다른가?"와 "본초의 기미론과 현대과학의 정량분석은 양립관계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라스핀에게는 사상의학이 일부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논지의 방향이 동의수세보원에만 집중되는 것 같아 아쉽군요. 이 점을 고려하셔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나나'님의 양해를 얻어 글을 싣습니다. (아래의 회색 박스 내용이 나나님이 질문하신 부분)

 "그렇다면, 우리나라 한의계가 이제까지 사상체질론을 채택한지 꽤 되었는데, 왜 여전히 이런 불가능한 방법을 일반 한의원에서 계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사상진단법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어렵게 고민해야만 알 수 있는 방법이고, 현실적으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데도 계속 사상진단법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진단에 대한 평가도구 중에 민감도와 특이도라는게 있습니다. 민감도란 양성판별해 낼 수 있는 것을 말하고, 특이도란 양성을 양성으로 음성을 음성으로 판별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좋은 진단 방법이란 이 민감도와 특이도가 둘 모두 뛰어난 것을 말하는데 그런 방법은 동서양의학을 통털어 극히 드물지요. 예를 들어 병원에서 보통 그 자리에서 행하는 간이테스트는 민감도는 높지만 특이도는 낮은 편이고, 양성으로 판별된 사람 중 다시 정밀검사를 하는 데 이는 민감도는 낮지만 특이도는 높은 편입니다.

 표준화된 진단방법이란 이 민감도와 특이도가 어느 정도이상의 수준이 되어야하겠지요. 그런데 아직까지 이 표준화된 진단방법은 개발단계에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도 언급했듯이 그전에 드라마나 언론으로 인해 일반인들은 '한의사라면 체질을 판별한다'라는 인식이 널리퍼졌기에, 급조된 진단방법들이 등장한거죠. 심지어는 손톱모양판별법, 오링테스트까지 동원하는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웃기는 사태도 벌어지는 곳도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동의수세보원을 깊게 연구하지 않고있다가 당장 내원하는 환자들이 물어보니까 일단 '써먹으려고만'해서 생기는 부작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의 생김새를 보고 판단하는 것조차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ㅡ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상진단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정말 현실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너무나도 너무나도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그렇게 사상의학을 비판하던 사람들이 치료율을 제대로 두세번 경험하면 아주 매몰되어 버리는 거죠. 이런 맹목적인 믿음으로 인한 부작용들로 인해 정말 깊게 연구하여 적용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되는 현상도 보입니다. 그리고 체질이 한번 판별되면 그 후 관리가 정말 쉽습니다. 이런 것도 한 요인이 되겠네요. 국가로부터 사상의학이 인정받은지 겨우 5년입니다. 그리고 겨우 걸음마를 떼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11개 한의과대학 설립이 모두 된 때는 겨우 1991년이지요. 원광대와 경희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80년대에 생겼구요. 보편화된 교육과정으로 정착한지 얼마 안되었답니다. 의학은 '빨리 빨리'라는 재촉만으로 발전하지 않음을 고려해주세요. 다행히 한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고 기대도 많기 때문에 우수한 인력이 계속 유입되고 있으므로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저 같으면, 좋은 방법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므로 사용을 하지 않는 쪽을 택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시간과 심사숙고를 투자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진단이 불가능하므로, 오진을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상진단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인데요, 즉, 당연히 잘못된 진단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고서 어떤 식으로든 계속 개선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객관적 유의성이 있는 수준의 표준화 진단법'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좀 더 시간을 단축시키면서도 민감도와 특이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의학도 발전할테니요^^. 아직까지는 문제가 많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이 나아지는 속도를 개선하려면 제 글에 언급한 5가지 요인을 개선해야겠지요 --; 즉, "오진율이 많으므로 사용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오진율이 많으니 이 오진율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개발하자"가 되어야 옳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비단 한의학에서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서양의학에서도 별다른 수가 없어서 문제가 되는 진단방법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수 없이 많답니다. 진단률 100%는 용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병원에서 그 정확하다던 태아성감별(불법이지만--)하는 진단률도 90% 전후이고, 성인남녀 성감별도 10만분의 1꼴로 틀린답니다.)

 그렇지만 그 문제점들을 계속 연구하여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이죠. 1-2년 사이의 변화는 정말 미미하지만 10여년 단위로 살펴보면 큰 차이점을 아실 수 있습니다. 시간나시면 7-80년대의 서양병리학책과 현대의 양방병리학책을 비교해 보세요.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사실을 아시게 될겁니다. 당시에는 표준으로 인정받던 이론이나 진단방법 치료법들이 현재는 사장되거나 전혀 반대의 이론을 내세우는 경우도 허다하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인은 매년 보수교육을 의무화하고 있고 학회활동을 통하여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죠.(즉, 의료인은 평생 공부해야 합니다^^)

"더불어, 맥진기에대해서도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까운 지인이 얼마전 그 유명한 W한방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시진,문진은 하지 않고, 맥진기를 손목 발목에 걸어놓고 맥진과 사상진단을 하더랍니다....... 그래서, 진단을 할 때 맥진은 참고사항이지 절대적인 진단법이 아닌 것으로 알고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한방병원에서 오로지 맥진, 그것도 기계에 의존하여 환자를 진단한다는 얘기를 듣고 의문이 갔습니다."

- 현재 체질분야는 사상체질만 있는게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진단기기를 말씀하시는지 알 수 가없어 쉽게 답변 드릴 수는 없습니다. 체질분야가 여러개라는 것을 대부분 사람들이 잘 모르기에 설명하기가 까탈스러워 무슨 진단이냐고 물어보면 그냥 '체질진단'이라고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한 분야와 기계명을 알아야 답변드릴 수 있겠네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사상의학은 한의학의 전부가 아니지요. 그 뒤에도 일제시대 전까지 발전을 계속하였습니다.(그 유명하신 조헌영 선생님께서도 한의학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었습니다. 그 분의 저작 중에 양한방을 비교하여 정리한 임상서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80년대 후반에 대부분의 한의과대학이 설립되었고 91년에 11개 한의과대학의 모습을 갖춘점을 고려하신다면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00년대에야 시작되었음을 눈치채실 수 있겠지요. 저도 입학하고 나서야 한의학의 역사에 비해 연구개발이 늦어지는 이유를 알 수 있었으니 일반인들은 잘 모르시겠지요^^ 나나님 말씀대로 이런 상황을 조금더 매진해서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워낙에 산적한 문제가 많으니 그것도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한의학은 국민의 사랑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나나님 같은 분의 의견이 한없이 소중합니다. 그래서 어거지라도 시간을 내긴 내는데 쬐끔 힘드네요^^. 먼 곳이 아니라면 맛따라 길따라 짧은 산책하신다 생각하시고 한번 학교로 찾아오시면 그 동안의 궁금증을 제가 아는 선에서 풀어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