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생은 '수도권 병원 설립! 강의동! 교수확충!'을 요구하며 4월 17일 무기한시험연기를 거쳐 5월 2일 무기한수업거부에 들어갔습니다.


책상을 들고 밖에서 야외자율학습을 하는 후배님들을 보며 학과 최고학년으로서 참으로 X팔린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차마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시간이 나는대로 야외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에서 기웃거리기도 하고, 학생회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뜻이 맞는 동기들과 지금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고, 졸준위장인 김군과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지만.. 힘든 티 안내고 즐겁게 투쟁에 임하는 학생회임원과 후배님들을 보면서 약간의 위안을 삼았습니다.

이렇게 끝이 없는 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본과2학년의 외래강사-선배라고 합디다-가 텅 빈 교실에서 출석을 부르고 중간고사 시험을 강행한다는 공지를 붙여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학교측의 압박이 예상되긴 했지만...... 타교 출신의 교수들도 아닌 자교 출신의 강사들이 보스 보호를 위해  앞잡이 노릇을 하더군요. 황당했습니다. 화났습니다. 대놓고 '너네들도 선배냐,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발목은 잡지 않아야 하는거 아니냐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동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처해있는 상황을 보니 오십보백보였습니다. 정말 창피하게도 전학년 수업거부와는 상관없이 본과4학년은 수업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졸업을 대비한 졸업학년의 자치기구(졸준위)의 일원이라는 생각에 중간자적인 의견을 개진한 내 자신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습니다. 끊임없이 자의반 타의반 '졸준위는 졸업만을 위한 기구'라는 협소한 생각을 스스로 강요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그걸 만회하려 미친개마냥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방법을 모색해 봤습니다만.... '4학년은 뭐한데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후배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해줄 뿐이었습니다.

'내가 잠시 미쳤었지'라는 말을 끊임없이 되뇌인... 슬픈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