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뒷북이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꽤 되는 것 같아 주절거려봅니다. (며칠전에도 권군에게 이 말을 해줬더니 '이해가 안간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7차 교육과정에서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되었다는 말을 듣고 먼저 든 생각은 '나라에 망조가 들었구나'였지요.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민족주의를 고양하며 이는 글로벌시대에 걸맞지 않아 그러했다고 하던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 생각합니다. 극우적인 민족주의도 문제가 되지만, 잘못된 역사의식이 불러일으킬 폐해는 국가의 기반을 뿌리채 흔들게 됩니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추도록 할려면 오히려 국사를 통해 5000여년의 시간에서 교훈을 얻어야하지 않을까요?
하기사 이제껏 국사 시험문제라는 것들이 이러한 올바른 관점을 키우고 평가하는데 있지 않고 단순 암기의 조합만을 강조하고 있었으니 수험생의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도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수험생의 부담을 줄일려면 꼬일대로 꼬여버린 교육제도 먼저 대대적인 수술을 해야지 않나 싶습니다. 영어도 아니고 국사라니...
물론 고등학교에선 공통과목으로 이수를 하게 되겠지만 수능에 들어가지 않는 과목이 받는 대우를 생각해보면 그 교육의 질이 얼마나 떨어질지 눈에 훤하지요. 게다가 수업시간까지 줄여버렸으니....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뀐뒤 세계사 과목이 당했던 일들이 또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러한 사실에 분개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고 최태영 교수님의 "한국 고대사를 생각한다"라는 책인데 이제껏 배웠던 역사 중 잘못된 부분에 대해 많은 사실들이 철저한 고증을 통해 실려있습니다. 읽어보고 주위사람들에게 퍼뜨립시다~
최태영은 정인보와 함께 한국사의 출발을 실존인물 단군의 고조선 개국에서 보고있다. 단군 조선에 대한 새로운 학설을 내세우기보다는 수천년 동안 교육돼 온 단군의 고조선 개국 역사가 일제 이후 신화로 부인된 데 반박하고 그러한 주장의 허구와 배경을 학문적인 입장에서 논한 글들이다.
최태영은 '고조선 개국자 단군의 이야기에 환인은 없다'는 것을 '삼국유사'의 여러 판본을 통해 밝혀낸 데 이어 고조선이 요동을 중심으로 한 광역국가였음을 동이족의 세력을 기반으로 한 역사를 들어 설명한다. 또한 중국 한족의 역사서 '춘추'를 쓴 공자와 일제의 조선사편수회를 비판했다.
여러 학자의 단군 연구를 밝히고 정인보와 자신의 '한사군론'을 소개하고, '단군을 위하여'에는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주요인물들의 단군론을 소개한다. 102세에 이르도록 학자로서만 지내온 지식인이 역사왜곡에 대항해 밝히는 학문적 진실의 총체들이다.
필자의 첫 전공학문이던 법학의 입장에서 그는 단군의 홍익인간 이념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규명한다. 제천과 현묘지도, 풍류, 무속, 농촌사회의 규범, 불교, 유교, 실학 등 한국의 전통사상을 논하는 글에는 중간중간에 현대의 학자로서 보는 비판이 덧붙여져 있다.
한일 고대사는 중국역사와 함께 한국사의 확장으로 이해된다. 고대 한국인이 일본을 건설하고 사회와 문화를 이룩했음을 재확인하고 필자가 직접 겪었던 일제 강점시대에서 알아낸 피나는 결말들도 보고한다. 일본 속의 한국불교는 그러한 문화 전파의 거대한 역사적 증거이다.
말미에 그의 원고를 정리한 김유경 씨의 글을 수록했다. 역사학자로서의 자질과 지식인으로 최태영의 행적을 고찰하며 그를 이 시대 한국 지성의 한 표증으로 들고 있다.
관련기사-2006년 1월 31일 (화) 15:25 문화일보
“고구려는 중국의 소수 민족의 역사지요.”(중국인)
“무슨 소리하는 거요.”(한국인) “
그러면 고구려가 한국의 역사라는 근 거를 댈 수 있습니까.”(중국인)
“광개토대왕비도 있는데….”(한국인)
“광개토대왕이 당신들의 조상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중국인)
그리고 침묵…(한국인).
2020년쯤 중국과 한국의 바이어 사이에 나눌 대화의 한 대목이다. 현재 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사업’에 대해 코미디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15년 후에도 그럴까. 중국 어린이들은 왜곡된 역사라 할지라도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다. 반면 우리는 역사를 사실상 배우지 않는다.
우리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국사를 사회과목의 일부로 통합, 일부 학기에만 양념수준으로 배운다. 고등학교는 더욱 심각하다. 대학입시 수능시험에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돼 있다. 구태여 국 사를 배우지 않아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사법시험 은 1997년부터, 행정고시와 외무고시는 올해부터 국사시험을 보 지 않는다. 각종 공무원시험도 마찬가지다. 역사공부는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것으로 글로벌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1월30일 105세로 세상을 떠난 최태영 박사는 나의 죽음 을 세상에 알리지 말라고 유언, 그가 세상을 등진 사실이 며칠 뒤에야 알려졌다. 한평생 조선 상고사를 연구해온 그는 갈수록 거꾸로 가는 역사교육에 차마 눈을 감을 수 없었으리라. 필자가 그를 만난 것은 1990년 1월초다. 90세를 맞은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인천에 있는 그의 생가를 방문했다. 그는 영어책 원고를 펴놓 고 오탈자를 고치고 있었다. 그 영어책은 다름이 아닌 ‘한국상 고사 입문’이었다. 그가 한국 고대사를 연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미국 알래스카대에서 대학원 교재로 사용할테니 영어로 먼저 편찬하자고 제의했다고 한다. 우리 역사의 대부(代父)격인 이병도 박사는 그의 친구다. 그는 자신이 이병도를 역사학자로 만든 주범 이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메이지대 영국법학과에 합격했는데 이병도는 일본유학시 험에 실패했지요. 그래서 제가 그에게 경성제국대 역사학과에 가도록 권유했지요. 그런데 그가 일본의 앞잡이가 돼 단군을 신화 로 만드는 등 고려 이전의 역사를 모두 망쳐놓았지 뭡니까.”서 울대 학장 시절 고등고시에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넣기도 한 그는 일본의 역사왜곡 만행과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우리 교육학자들의 어리석음에 울분을 토로했다. “77세 되던 해 우연히 사법시험 과목에 나온 국사 시험지를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고려 이전의 역사는 상당부분이 제가 아는 것과 다르지 뭡니까. 그래서 역사 공부를 시작한 것입니다.”
102세때 한국고대사를 집대성한 ‘한국 고대사를 생각한다’는 책을 내기도 한 그는 일본의 역사왜곡은 ‘분서갱유’ 이상이었 다고 회고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일제 시기 수십만권에 달하 는 역사고서들을 수집, 불사르거나 자국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역사왜곡 프로젝트를 치밀하게 실행에 옮겼다. 이병도 박사 주도로이뤄진 ‘조선사편찬’도 바로 그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조선 숙종 때 사람인 북애가 쓴 ‘규원사화’는 압록강 바깥 사 방만리가 조선땅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지리책인 ‘산해경(山海經)’등 10여권의 중국 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기술돼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우리 역사를 외면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갈수록 자국의 정체성(Identity)을 고취시키 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은 민족의 경제성장 은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압록강 위 만리는 고사하고 고구려 역사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에서 맞는 병술년 새해는 우울하기만 하다.
[[오창규 / 산업부장]] ch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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